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현생 기록/책

[책] 밝은 밤 - 최은영

2022년의 세 번째 책 밝은 밤!

최은영 작가님의 쇼코의 미소를 잘 읽었으니(유난히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책이 있다..)

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도 완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읽게 되었다.

고쳐야 할 버릇 같기도 한데 완독 안하면 찝찝해하는 병이 있다.

아무튼 읽고 나니 내게 무해한 사람도 궁금해져서 바로 장바구니에 담게 되었다.

 

밝은 밤은 할머니가 나에게 들려주는 증조할머니(=삼천이)와 새비아주머니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.

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건 정말 간만이었다.

오정희 소설가의 "슬픔을 위로하고 감싸주는 더 큰 슬픔의 힘" 이라는 추천사?는

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.

엄마와 할머니도 생각나고, 책의 나온 인물들의 고단한 삶이 안타깝기도 하면서 또 공감이 돼서 눈물이 났다.

읽으면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친구도 생각나고, 케이딸들은 많이 공감하며 위로 받을 것 같았다.

항상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감탄하며 포스트잇을 붙이는데,

이번에도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이게 되었다.

 

 

P.14

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,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.

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.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

사람으로 살고,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.

 

P.130

우리는 둥글고 푸른 배를 타고 컴컴한 바다를 떠돌다 대부분 백 년도 되지 않아 떠나야 한다. 그래서 어디로 가나.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.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, 아니, 그보다 훨씬 짧은 지구의 나이에 비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너무도 찰나가 아닐까. 찰나에 불과한 삶이 왜 때로는 이렇게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.

 

P.156

인내심 강한 성격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. 인내심 덕분에 내 능력보다도 더 많이 성취할 수 있었으니까. 왜 내 한계를 넘어서면서까지 인내하려고 했을까. 나의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을까. 언제부터였을까. 삶이 누려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수행해야 할 일더미처럼 느껴진 것은. 삶이 천장까지 쌓인 어렵고 재미없는 문제집을 하나하나 풀어나가고, 오답 노트를 만들고, 시험을 치고, 점수를 받고, 다음 단계로 가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느껴진 것은.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.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.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. 

 

P.199

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전전긍긍할 때는 별다른 일이 없다가도 조금이라도 안심하면 뒤통수를 치는 것이 삶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했다. 불행은 그런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. 겨우 한숨 돌렸을때, 이제는 좀 살아볼 만한가보다 생각할 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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